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해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가들과 만났다. 이번 행사에서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BYD 회장 왕촨푸, 웨이얼반도체 창업주 위런룽, 샤오미 회장 레이쥔,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참석했다. 특히, 마윈의 참석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규제와 단속을 피해 해외로 나갔던 그가 다시 중국의 공식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주목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좌담회에서 민영기업들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 경제 발전에 있어 민간 부문이 필수적인 동력임을 거듭 밝혔다. 그는 "선부가 공동부유를 촉진하길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덩샤오핑의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져야 한다는 이론)과 그의 정책적 기조인 '공동부유'(소득 재분배)를 동시에 강조했다. 이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의 성장 동력을 민간 부문에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 주석은 또한 민영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했다. 공정한 시장 경쟁의 장애물 제거, 자금 조달의 어려움 해결, 민영기업들의 채무 문제 해결, 부당한 압력 제거, 그리고 합법적인 권익 보호 등이 그가 언급한 주요 과제들이다. 이를 통해 중국 민영경제의 발전을 더욱 촉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건설자 역할을 민간기업들에게 요구하며, 기업의 혁신을 강화하고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육성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의 참석은 큰 의미를 갖는다. 마윈은 2020년,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를 비판하면서 일련의 규제 강화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그 후, 알리바바는 핵심 사업인 인터넷 소액 대출 서비스와 금융상품 판매 중단을 강요받았고, 마윈은 공개적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에 마윈이 나타나면서, 그에 대한 단속이 종료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마윈이 다시금 중국 경제의 중심에 복귀하게 된 신호로 해석되며,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윈의 복귀는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암시할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그동안 민간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펼쳐왔으나, 현재의 경제 위기 속에서 민영 부문과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에 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민영기업들이 경제 회복의 주체가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또한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번 좌담회를 통해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공익 사업에 더 많이 참여하고, 리스크 관리 및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민영기업들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온 발표만으로는 기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민간기업들이 겪고 있는 불안정성과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이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벤처 캐피털 및 사모펀드 산업은 국가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어, 민간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좌담회는 시진핑 정부가 민간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경제 성장에 대한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자리였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는 규제 완화와 함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업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때, 중국 경제의 민간 부문이 활성화되고,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