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이 지난해 15%라는 역대 최고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며, 160조 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36년 만에 달성한 최대 성과다. 글로벌 증시 호황에 힘입은 해외 주식 투자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

 

28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총기금자산 평가액)이 1213조 원, 연간 수익금은 160조 원으로, 운용 수익률 15.00%(잠정·금액가중수익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기금 설치 이후 2024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6.82%, 누적 운용 수익금은 총 738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자산별 운용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외 주식 투자가 34.3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수익을 견인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해외 채권(17.14%)과 대체 투자(17.09%)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해외 채권은 시장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이자 수익과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체 투자 수익률에는 자산의 평가 가치 상승과 실현 이익이 함께 반영됐다.

 

반면, 국내 주식은 -6.94%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대형 기술주 실적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채권은 한국은행의 두 차례(10월, 11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5.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기록적인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부진을 상쇄하고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산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성과는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투자 전략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올해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는 등 변수가 많은 만큼,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신중하고 유연한 투자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성장이 국민들의 든든한 노후 버팀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